詩와 冊과 版畵 그리고.../詩想

안부 / 정병근

달산(達山)선생 2021. 11. 10. 00:15

언제 한 번 만나자는 말
조만간 한잔하자는 말
믿지말자 전화를 끊으면서
그것은 내가 한 말이기도 했으므로
약속은 아직 먼 곳에 있고
나는 여전히 동문서답의 헛바퀴를 돈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일이
어디 약속뿐이랴 뱉은 만큼
못다 한 말들 입속에서 바글거리고
만나면 만날수록 결별만. 수북수북 쌓인다
그런게 인생이라고 나는 제법
늙은 머리를 툭툭
털면서
발톱을 깍으면서 안경알을 닦으면서
생거건데, 나는 죄의 신봉자였으니
일기장은 날마다 내게 반성을 촉구했고
지키지 못했으므로 반성은
더 많은 반성을 몰고 왔다
나, 이윽고 죄많아 빼도 박도 못하겠으니
그대 어디쯤 잘 계시는가. 제법 늙었는가
이 꽃이 지기전에
우리, 폐단처럼 꼭 한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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