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冊과 版畵 그리고.../冊想 62

사소한 추억의 힘 / 탁현민

우리는 대개 참을 수 없는 정도로 따분한 삶에서 탈출하기 위해 가방을 꾸리고 여행을 떠나지만, 가방안에는 가장 편안하게 일상을 유지해 나갈 수 있는 것들을 챙기곤 한다.집 밖은 집 안과는 다르다. 우리는 뭔가 달라지길 기대하며 문을 열고 나가는 것이다. 그러니 여행을 떠나면서 계획은 버리자. 굳이 계획해겠거든 가슴 조이는 불확실한 시간을 최대한 늘리는 것을 계획해 보자. 익숙한 것들과 만나는 것은 집안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것이므로./ 불안한 여행 중

디퍼런트 / 문영미

나는 100% 정확한 답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틀린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걱정은 절대하지 않아. 분명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면, 나는 아마도 한 마디의 말도 할 수 없을거야. 우리가 침묵하고 아무말도 할 수 없는 이유는, 100%의 정확한 대답과 틀린 말, 분명한 결론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다. 그런 부담감은 각자가 만들었다기보다는 처한 현실(환경)이 그렇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아무말도 안하고 아이디어가 없다고 다그칠 것이 아니라 틀리 말이라도, 분명한 결론이 아니더라도 들어줄 용기를 보여준다면...입을 열 수 있을 것이다.

철도원 삼대 / 황석영

사람이 살다보면 좋은 시절두 오고 나쁜 시절이 뒤를 잇기 마련이란다. 그렇게 잘살더니 해방이 되면서 길이 끊기구 말았지 뭐냐. 나중에 겪을 고생이 있으니까 먼저 잘 살게 해주는거 같지 않니? P512 그런데 가끔 이상한 생각이 들더군요. 세상은 우리가 바라던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늘 미흡하거나 다른 모양으로 변하는 게 아닌가. 그것도 시간이 무척 오래 지나서야 그러더군요. 장구한 세월에 비하면 우리는 먼지 같은 흔적에 지나지 않아요. P585 / 황석영, '철도원 삼대'